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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EHIND/흔적
칼럼
매서운 겨울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12월의 끝자락, 우리는 다시 한번 장엄한 소리의 제전 앞에 서게 됩니다. 제야의 종소리는 단순히 숫자의 변경을 알리는 기계적 신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묵은해의 회한을 씻어내고 새해의 희망을 일깨우는 문화적 의식이자, 우리 내면의 소리를 깨우는 경종입니다.
비움과 채움의 미학
보신각 종이 33번 울리는 것은, 불교의 도리천 33천(三十三天) 에 고하여 국태민안을 기원했던 유래를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종소리가 울려 퍼질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움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를 짓눌렀던 갈등과 욕망, 그리고 채우지 못한 아쉬움들을 소리의 파동에 실어 보내야 합니다. 종의 몸체가 스스로 때려 가장 맑은 소리를 내듯, 우리 또한 고통스러운 자기 성찰을 통해 비로소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준비를 마칠 수 있습니다.
침묵 속에서 찾는 문화적 통찰
타종과 타종 사이, 그 짧은 적막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소리가 사라진 뒤 찾아오는 고요야말로 진정한 사유의 시간입니다. 컬처GB신문이 지향하는 지역 축제와 공연, 그리고 여행의 가치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명(共鳴)에 있습니다. 타종의 여운이 공기를 타고 멀리 퍼져나가듯, 우리가 발굴하는 문화의 향기 또한 지역 사회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어 메마른 정서를 적시는 마중물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