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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EHIND/흔적 칼럼

[칼럼] 해를 향한 간절한 염원, 여수 향일암에서 새해를 맞다

컬처GB신문 기자 입력 2025.12.22 15:20 수정 2025.12.22 15:24

해를 향한 간절한 염원, 여수 향일암에서 새해를 맞다 [사진 제공 향일암. 재판매 및 DB 금지]
해를 향한 간절한 염원, 여수 향일암에서 새해를 맞다 [사진 제공 향일암. 재판매 및 DB 금지]

 

새해를 맞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가족과 따뜻한 밥상 앞에서, 누군가는 조용한 방 안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새해를 맞는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해가 가장 먼저 닿는 곳을 향해 먼 길을 나선다. 여수 돌산의 끝자락, 향일암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이는 곳이다.

향일암으로 오르는 길은 쉽지 않다. [사진 제공 향일암. 재판매 및 DB 금지]
향일암으로 오르는 길은 쉽지 않다. [사진 제공 향일암. 재판매 및 DB 금지]

향일암으로 오르는 길은 쉽지 않다. 겨울 바닷바람은 매섭고, 가파른 계단은 숨을 고르게 만든다. 그러나 그 길을 오르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말은 없지만, 모두 저마다의 소원을 품고 있다. 건강, 가족, 삶의 안녕, 혹은 다시 시작하고 싶은 어떤 다짐. 향일암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곧 자신을 향한 질문이 된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면, 박수 소리 대신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사진 제공 향일암. 재판매 및 DB 금지]
해가 완전히 떠오르면, 박수 소리 대신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사진 제공 향일암. 재판매 및 DB 금지]

동쪽 바다 위로 서서히 떠오르는 해는 늘 같아 보이지만, 그 순간을 바라보는 마음은 해마다 다르다. 어둠 속에서 붉은빛이 퍼지기 시작하면, 바닷물 위로 반사된 햇살이 길처럼 이어진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숨을 멈춘다. 누구 하나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 된다. ‘올해만큼은 잘살아 보자’라는 조용한 다짐이다.

향일암의 이름 그대로, 이곳은 해를 향해 기도하는 암자다. [사진 제공 향일암. 재판매 및 DB 금지]
향일암의 이름 그대로, 이곳은 해를 향해 기도하는 암자다. [사진 제공 향일암. 재판매 및 DB 금지]

향일암의 이름 그대로, 이곳은 해를 향해 기도하는 암자다. 그러나 그 기도는 특정 종교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염원은 훨씬 인간적이고 보편적이다. 넘어졌던 시간에 대한 위로, 버텨온 날들에 대한 격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작은 용기. 새해 첫 해를 바라보는 순간,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해진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면  [사진 제공 향일암. 재판매 및 DB 금지]
해가 완전히 떠오르면 [사진 제공 향일암. 재판매 및 DB 금지]

해가 완전히 떠오르면, 박수 소리 대신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기적처럼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마음이 가벼워진다. 향일암에서의 새해는 거창한 결심보다 조용한 각오를 남긴다. 잘 살겠다는 다짐,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 그리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견디겠다는 마음.

새해는 늘 같은 방식으로 시작되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맞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여수 향일암에서 맞는 새해는 해를 보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바다와 해,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겹치는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새해의 문턱에 서게 된다.

향일암 오시는 길 [사진 제공 향일암. 재판매 및 DB 금지]
향일암 오시는 길 [사진 제공 향일암. 재판매 및 DB 금지]

해는 또다시 떠올랐고, 시간은 다시 흐른다. 그러나 향일암에서 바라본 그 첫해의 빛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새해를 살아갈 힘은, 그렇게 조용히 시작되기 때문이다.

컬처GB신문 발행인 조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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